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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nda

FREEDiving

※저체온증에 대한 묘사가 존재합니다.
 
 
 
 
 
 
 
 
 
눈을 감으면, 그곳은 바다.
 
 


 
 
숨을 고른다. 깊게 들이마신 숨은 기도를 지나 폐에 닿았다. 여름인데도 숨을 쉬는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공기가 지나가는 자리에 얼음으로 된 길이 생기는 것만 같다. 착각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얼음조각이 지나는 듯, 폐부가 시리게만 느껴진다. 잘게 떨리는 손끝을 꾹 말아쥐며, 몸을 웅크린다. 덜덜 떨려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쉬이 가시지 않는 추위가 엄습한다. 착각이다. 손발 끝이 곱아들고, 몸이 떨리며 치아가 부딪쳐 듣기 싫은 소리를 낸다.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희게 질렸을 얼굴을 감춘다. 자꾸만 밀려오는 졸음을 밀어내며, 억지로 눈을 부릅떴다.
 
약간의 능력의 대가로, 체온이 떨어짐을 인지했다. 익숙한 반작용이다. 힘을 사용한다는 건,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누군가를 공격한다는 것은 자신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 간단한 일대일 교환 공식일 뿐이다. 색다른 것도, 특별한 것도 없는 언젠가와 같은 날이다. 홀로 버티고 이겨내야 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중요한 순간에, 인간은 혼자다. 되뇌는 말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모든 것은 지나갈 테니까. 들이마신 숨을 길게 뱉는다. 얼음조각이 나부끼는 것만 같다.
 
스스로에게 암시와도 같은, 현실인지를 시킨다. 그 이능은 환각, 돌아오는 반작용-혹은 반동, 부작용, 페널티 등- 역시 환각이다. 그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깨닫는다면, 어떤 환각도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환각은 결국 환각에 불과하니까.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 환각에는 힘이 없다. 힘은 현실에 존재하고 있었다. 인간의 믿음이, 환각을 현실로 바꾸는 것이 문제가 될 뿐이었다. 다시 숨을 들이 마시고, 뱉었다. 존재하지 않는 물살은 호흡을 방해할 수가 없었다.
 
다시 내려오는 눈꺼풀이 무겁다. 감은 눈 안에는 푸르른, 고요한, 그리고 두려운 바다가 존재했다. 첨벙이는 물소리, 온몸에 닿는 물살의 흐름, 눈꺼풀 안쪽에 펼쳐진 광활한 파란. 모든 것은 다시 눈꺼풀이 들어 올려지는 순간 흩어진다. 깜빡, 깜빡. 이전보다 확연히 빠른 속도로 눈이 깜빡여진다. 흩어진 잔상들을 따라, 몸에 남은 환각 역시 깨진다. 조각조각, 부서진다.
 
 
곱아들던 신체의 첨단이 자연스레 펴진다. 웅크린 몸을 바로 세웠다. 자세를 고치고 나면 떨리던 몸도 진정되어 있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호흡이 시리지 않다. 딱딱 부딪쳤던 터라 치아에 통증이 남아, 손으로 입가를 감싸 쥐었다. 몇 분이나 시간이 지났지? 아주 긴 시간을 보낸 것 같아도, 실제로는 찰나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1분, 길어야 3분 남짓한 시간이었으리라. 그 잠깐의 시간이, 참으로― 외롭고도 두려운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눈을 뜨면, 그곳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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