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봐! 저리 비켜!
1. 옅은 색의 금발, 약한 곱슬머리. 허리를 넘어 엉덩이에 살짝 닿는 길이. 빗질 정도는 하지만, 잘 정리된 느낌은 아니다. 종종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듯, 묶은 모습을 볼 수 있다.2. 짙은 녹안, 끝이 날렵한 눈매, 촘촘한 속눈썹과 옅은 눈썹. 왼쪽 눈 밑에 점이 하나. 뚱하거나 위협하는 표정.3. 양쪽 귀에 피어싱이 수 개. 내키는 대로 뚫었다가 빼는 탓에 위치는 항상 변한다. 왼손 약지, 검지, 오른손 엄지와 검지, 소지에 얇은 반지를 착용 중. 그 중 왼손 약지의 것은 보라색의 작은 보석이 박힌 것으로, 다른 반지들에 비해 값이 나가보인다.4. 170cm, 굽 3cm. 팔다리가 긴, 늘씬한 체형. 끝까지 채운 교복 단추, 꽉 졸라맨 넥타이, 딱 맞는 조끼와 망토, 주름 없는 치마. 무릎 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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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형체가 없다. 그럼에도 어떤 슬픔은 선명한 푸른색이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며, 차갑고, 냉정했다. 또 어떤 슬픔은 무게를 지닌다. 어깨를 짓누르고, 가슴에 맺혀 숨이 막힌다. '어떤 슬픔'은, 경험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 잔인하다.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을 마주하고, 거기서 쏟아진 감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벅찼다. 이제 열여덟이 된 아이들은 너무도 미숙하여, 그걸 흘려내는 법도, 받아들이는 법도, 이겨내는 법도 알지 못했다. 그러니 그저 감정을 떠받치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후들거리는 무릎이 꺾이지 않기만을 바라며, 위태롭게. 어찌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든 하고 싶어 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리고 인간은 한없이 어리석다. 아니, 아만다 로이드가 어리석었다. 어쩔 수 없는 일에 자꾸 매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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